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기억에 남을 평범한 하루.

재밌다.
너무 좋았지만 흐릿해진 그날이 떠올라서 좋다.
그날 찍은 사진도 많이 남아있지만
생생한 그때의 기억은 글에만 남아있는 것 같다.


1.
영화 러브레터를 보게 됐다.

2.
아직 영화의 도입부만 봤는데 슬퍼서 더 못 볼 것 같다.
이별에 관한 내용인가 너무 과몰입하게 돼.
이제 슬픈 영화도 싫다.

3.
3-4년 전만 하더라도 엄마 아빠가 나이든다는 느낌을 받지 못 했다.

4.
엄마는 요즘 어디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원래 성향상 그런 이야기를 아예 안 했는데, 자꾸 어디 가고 싶다고 하니까 생각하면 욱 하고 눈물이 난다.

5.
어제 가을 나무가
정말 아름다웠다.
평소 길을 걷다가 보는 나무들과 다르게
아주 먼발치에서 봤다.
커다란 낙엽을 날리는
나무들을 올려다 보면서
공간감을 크게 느낄 수 있었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6.
날은 춥지 않았고
봄날처럼 따듯하고 선선해서
하루종일 걸어도 좋을 날씨였고 한참을 걸었다.
실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 언니가
함께였기 때문에,
이 시간이 너무나 특별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가 회사를 나와야만 했던 이유이자 확신,
꿈꾸던 미래의 일상이었다는 걸 알았다.

7.
가을이 만든 길을
내가 가장 사랑하고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참동안 걸어서,
나한테는 정말 반짝이는 하루였는데
이게 돌아봐야할 기억이 될까 싶어서 두렵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너무나 짧고
이 세상이 아니면 다시 만날 수 있는 건가 하는
꼭 다시 이대로 만나야지 하는
그때 엄마의 꿈에 내가 나왔던 이유가 이거겠구나 하는
운명을 느낀다.

8.
그냥.. 우리보다 더 많은 사랑을 경험했던
부모님들은 우릴 얼마나 사랑하실지
우린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날들을 함꼐 하고 있는지를
매일.. 절절히 느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