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니 놀랍다.
모임을 가졌었나. 기억도 안 나는데, 그리고 그 모임이 벌써 재작년이라니.
지난 일기 정리가 끝나면 매주 일기를 올려야겠다.
오랜만에 어떤 언니를 봤다. 그 언니는 언제나 성실하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그 언니는 그저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는 시간이 더 길었는데,
나는 그 언니의 일상을 그려보게 된다. 회사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공부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 언니는 자기의 노력에 대해 일절 이야기하는 것도 없었지만 그냥 보이는 것들이 있다.
언젠가부터 누군가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어떤 그림이 그려질 때가 있다.
그 사람이 보내는 다른 평범한 날들이 연상되는 거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그런 것들이 다 보일 것 같다.
내 인상만 보고도 내가 보내는 평범한 날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어떤 노력을 하는지, 현재에 충실한 지, 과거에 치우쳐져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마음은 강한지,
어떤 믿음을 가졌는지, 사랑을 하는지, 사람을 존중하는지
그 언니를 보면 드는 느낌이 한결같다.
그 때도 지금도 신기할정도로 똑같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나도 저런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 자기 책임을 다하는 사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노력하며,
자기 실력에 겸손하며 진정으로 발전하려 하는 사람 말이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갈등하고 힘들어하는데
그 언니같은 사람들은 똑같이 힘들다고 느끼면서도 매일같이 자기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
그 점이 너무 부럽고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다.
난 타고난 기질이 성실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게으른 성향으로 태어났고 꾸준히 그 기질을 길러왔다.
안타깝게도 그것때문에 마음 고생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중학생 때부터였나. 그 때부터 대학생이 될 때까지 성실함이라는 든든한 무기를 가진 친구들을 보며
두 가지 감정을 가졌다. 한 가지는 따분함이었고, 한 가지는 존경심이었다.
어리고 미숙한 마음에,
늘 성실한 친구들은 어딘가 마음이 잘 안 통해. 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표현하기 어렵지만, 어떤 감성적인 부분에서 나와 다르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동시에, 성실하게 살아가는 그들을 보며, 진심으로 존경하고 아끼는 마음을 길러왔다.
물론 언제나 멀리서 응원했다. 그들은 내가 그들의 그런 모습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응원하는지 모른다. 어딘가 즉흥적인 성향이 너무 적은 사람들은
나와 깊이있는 관계가 맺어지질 않았던 것 같거든.
아무튼 지금은 성실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되게 훈훈해진다.
나도 내가 꿈꾸던 성실한 사람이 되어 가고 있나보다.